지역접합공간으로 실현하는 아시아 도시에 대한 권리

­박준영
20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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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의 목적

도시에 대한 권리, 반란의 도시, 주체와 타자성

어떤 문제를 발견했나요?

프랑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 이하 르페브르)는 공간을 인간에게 단순히 '배경'으로 주어지는 고정된 환경이 아니라 개인 혹은 집단과 상호작용하며 '생산'되는 사회 물질이라고 정의합니다. 이러한 정의에 따라 도시 공간은 도시 거주자들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 권리들이 모아진 총체적 권리인 '도시에 대한 권리'가 실현되는 공간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르페브르의 공간과 권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서양의 도시를 대상으로 활발하게 논의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시아 (신흥)도시는 서양의 도시와는 다른 맥락과 발전 역사를 갖고있기 때문에 새롭게 정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국토교통부, LH의 '도시계획현황'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91%가 도시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 비율은 계속하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도시에 대한 권리는 특정 지역, 계층의 문제가 아닌 보편적인 과제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왜 문제라고 생각했나요?

노동 과정을 분절시킨 자본은 도시 공간도 분절시켰고 이에 따라 보편적인 도시 거주자들은 도시 공간 생산에서 배제되었습니다. 르페브르의 문제제기 이후 많은 도시지리학자들은 도시 공간이 '반란의 공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켰습니다. 도시 공간이 자본의 질서에 순응하는 공간이 아닌 반항하는 주체들과 함께 호흡한 여러 사례를 기억할 수 있습니다. 2010년 월가점령 시위가 그러했고 2016~17년 광화문 촛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러한 경험에 따라 도시 공간이 일상적 반란을 꿈꾸고 실행할 수 있는 가능성의 확대가 비판적 도시지리학자들의 주된 관심사입니다. 그러나 자본의 도시 공간 점령을 위한 기세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둘 사이의 긴장은 흡사 성장연합과 반성장연합 간의 긴장과 비슷한 양상입니다. 대다수의 인구가 도시공간에 거주하는 상황에서 도시 공간 '생산'의 향방을 결정하는 경쟁에서 도시 공간의 미래가 반란의 공간으로 기획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문제해결 방법(아이디어)은 무엇인가요?

도시 공간 거주자들의 권리가 인정되는 반란의 도시 공간을 디자인하기위한 방법으로 도시 인프라를 교체하는 대규모 토목 공사가 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대신 자본이 마구 찢어놓은 현재의 도시 공간을 이어붙이는 연결의 공간들의 발견 및 조성이 필요합니다. 이 공간은 도시 거주자들을 연결할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 지역과 계층을 연결하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이 공간을 '접합공간'이라 이름붙이고 접합공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들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접합공간의 확장을 주장하고자 합니다. 접합 공간은 주체들의 차이와 리듬이 존중받고 이 차이와 리듬이 연결되며 변혁의 가능성을 언제나 보존하는 공간입니다. 서양의 ‘낡은’도시와 달리 아시아의 역동적인 신흥 도시에서는 도시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실존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이야기하는 해체를 활용하여 도시 거주자를 정의하고 르페브르와 푸코의 공간관을 활용하여 도시 공간을 구상하고자 합니다.

기존 해결방법과 무엇이 다른가요?

한국에서 지리학을 포함한 사회과학계열 학문은 이미 벌어진 현상을 충실히 분석하는데 집중하고 공간이나 현상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는 상대적으로 드물게 진행됩니다. 그러나 이 연구는 (도시 인문) 지리학을 기반으로 기존 개념들을 종합하여 새로운 도시의 모습과 권리를 구상하고자 합니다. 이 연구 결과에서 제시되는 대안은 현대 도시 문제의 완전한 해결책이라기보다 새로운 도시 공간의 권리를 보장하는 가능성으로 제시되는 점 또한 이 연구가 새롭게 접근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공간과 장소에 대한 연구에서는 공간과 장소를 실제 사용하는 주체(자기)는 무시되거나 원론적 차원에서만 언급되지만 이 연구에서는 주체(자기)의 문제를 현대 철학의 실존주의, 해체주의적 시각에서 적극적으로 분석하여 주요하게 드러내고자 합니다.

문제해결을 통해 무엇을 달성하고 싶나요?

이 연구에서는 먼저 서양의 도시와는 다른 아시아 (신흥)도시들의 특성을 규정하고 이러한 특성을 갖는 도시 공간에서 보장되어야 할 권리를 고안합니다. 구체적 사례를 통해 ‘접합 공간’의 가능성을 내포한 도시 공간들을 제시하여 도시 권리에 대한 시민들의 상상력을 확장시키고 가능하면 정책 제안으로 확장시킵니다. 이를 통해 현재 활발하게 논의되는 ‘포용도시’의 조건으로도 제시하고자 합니다. 연구의 결과가 아시아 도시공간을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아시아 신흥 도시에서의 권리 논의를 촉발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후속 연구들을 통하여 더 많은 도시 공간의 맥락과 배경들이 드러나고 아시아 도시 공간의 거주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향유하는 일상적 반란의 공간이 확장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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